미국판 소나기.
내가 본 소나기의 변주중에서는 아무래도 최고로 뽑을 수 있는 작품은...
"엽기적인 그녀"에서 나온 ... '나랑 놀던 저 사내 아이도 함께 묻어죠..'...였죠.
사랑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내용으로 승화했으니까.
보통 사람은 저렇게 죽어가고 그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에 남아있는 이들은 아파하고, 되새기고, 안타까워 하고.
가족의 죽음도 아프고 시리고
첫사랑의 죽음도 얼마나 아프고 시리겠느냐만은.
사람의 감정이란 건 그렇게 쉽지 만은 않다는 것.
결국 이렇게 그 흔적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억이 되고 기록이 되어 남아 있게 된다는 것.
장례식을 돌아다니며 죽음의 언저리를 항상 궁금해하고 그 입구에서 알짱거리다보면
내가 먼저 떠나보낸 이의 그림자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의 한 소년은
죽음의 입구에 서 있으면서 자신이 가게 될 세상에 대한 궁금증보다 자신이 남겨두고 가게 될 사람들의 모습이 더 궁금한 소녀를 만나고
영화는 시작된다.
사랑과 죽음이라는 테마의 변주는 언제나 다양하면서도 소스라치게 놀랄만큼 뻔하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찾을 수는 없지만
사랑의 의식과 죽음의 의식이 묘하게 통하는 부분을 가지게 되고
그 중간에 매우 친근하고 젠틀한 일본 귀신이 하나 나오게 되는 부분도 사랑과 죽음에 대한 간극을 통하게 하는 요소로 작동되는 건 이 영화의 보석같은 설정이다.
아프고, 사랑하고, 행복하고, 또 기억하게 되는 그런 자신의 대뇌 저편의 몽롱한 의식과 같은 영화.
영화에 한 장면
"의사가 머래?"
"알잖아. 다 똑같지.. 죽어가고 있다구."
너무나 잘 알잖아. 우리가 모두 죽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 죽음의 시간이 오기 전에 머든지 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는 것.
죽음의 그림자는 언제나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그렇지만 아름다운 영화를 한편 봤다.
구스 반 산트가 늙어가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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