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윤석 - 아쟁산조 飛翔
아쟁산조 3
언젠가 부터 음악을 들을 때 음악.. 멜로디가 리듬이 아니라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때가 온다.
그 시간에는 전 세계의 어떤 악기로 연주를 하든
어떤 멜로디로를 들려주든
그래도 나름의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꼭 연주자가 청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만은 아닐지라도
내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을 그 '소리'들에 투영해서 듣게 되고
역시 새로운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윤윤석의 아쟁을 처음 들었을 땐 사실 깜짝 놀랐다고 해야 할까.
당시 한참 듣던 바흐의 파르티타를 듣는 기분이었다.
바이올린의 애잔하고 스산한 소리들로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 소리들에 한껏 고양되어 있던 시절이었는데...
윤윤석의 아쟁은
그와는 사뭇다르지만 그래도 어딘가 비슷하다는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처연하고 슬픈 가락을
듣는 이들에게 강제로 주입할 정도로
강렬한 느낌이었다.
한국의 정서를 이야기할 때
"한"
이란 말이 빠지지 않는다.
그게 뭔지 알아?
난 모르겠다.
어릴적 할아버지 할머니가 날 키우고
그 두분의 임종을 묵묵하게 지키면서도
난 그들의 '한'에 대해서 절감하지 못한다.
경험으로 체화하고 말로서 이해하지 못한 감정을
윤윤석의 아쟁을 들으며
느낄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순 거짓말이다.
따라서 윤윤석의 아쟁을 들으며
그 소리에 대해서 말로 표현할만한 재간이 없다.
장구의 추임을 따라가면서
숨이 넘어갈 듯 넘어갈 듯 활을 켜는 그의 손놀림이
그저 눈앞에 그려질 뿐이다.
조금만 검색하면 윤윤석에 대해서는
몇가지 정보들이 나온다.
어릴 적부터 남다르게 재능을 보여
꾸준하게 노력하고 연습하며 활도을 했지만
60살이 넘어서야 첫 음반을 녹음했고
그 외의 다른 공연장에도 자주 모습을 비추지 않은채
살아왔지만 그래도 아쟁연주로는 언제나 첫손에 꼽혔다는
그런 관용적으로 뻔한 스토리를 가진 기인.
말로만 들어서야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만은
그의 연주를 듣을 때
악보도 없이 거의 즉흥으로 진행되는 그의 음악은
'한'이 되었든
기인의 오덕과 같은 편집증이 되었든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소리에 쏟아부어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이게 거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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