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처가 다시 미스테리 스릴러 감독을 한다는 소식을 들으지는 제법 되었다.
드디어 개봉을 했다고 하고 원작에 대한 논의와 북구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있어 문득 원작에 무한한 호기심을 느끼고 구입했다.
도서로 구입하게 되면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고, e-book으로 구입하면 바로 읽을 수 있다.
가격은 11,500과 6500.
과연 당신은 무엇을 구입하겠는가.
아이패드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름대로 장점이 많이 있다. 1kg 남짓되는 장비 하나로 수천권의 책을 넣어두고 다닐 수 있으며 간편하게 꺼내 볼 수 있다는 장점. 어두운 방안에서 불필요하게 불을 켜놔야 하는 이유도 없고.
종이책만을 구입해서 읽는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 이유는 몇가지 정도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더 난다
소장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난 좀더 아날로그틱한 사람이다.
머 어떤 이유든 나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컨텐츠를 소비하는 거지 ...
게다가 다 읽고 난 책 중에 소장가치를 스스로 느끼게 되는 책이 몇권이나 되던가.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이다.
가끔 책장에 눈에 잘 띄는 디자인의 '다빈치코드'를 볼때마다 약간의 굴욕감 같은 것을 느끼면서 그 책을 소장하고 싶은 맘은 전혀 없다.
따라서 난 이북이든 종이책이든 관계는 없으나 싸고 편리한 것을 선택한다.
그래서 전혀 거리낌없이 알라딘에서 6500원을 결제하자마자 아이패드의 알라딘 앱에는 구입목록에 책의 리스트가 올라오고 원하면 바로 다운로드 해서 볼 수 있다. 달랑 4메가바이트.
구입에서 저 위의 첫페이지를 보는데 1분도 소요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북으로 밀레니엄을 읽었다.
가끔 소설을 읽을때마다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경우는 사람의 이름이 당최 외워지지 않는다는 것과 작가의 섬세한 묘사가 전혀 머리속에 이미지로 와 닿지 않는 경우. 는개...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기 위해 물론 편리하지만 웹서핑을 거쳐야 하고 낯선 이국의 사물들의 이미지를 전혀 모를 때....
국민학교 5학년때 읽었던 제인에어에 '관목숲'이란 단어의 이미지가 당최 떠오르지 않아 도대체 이 동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던 그런 당혹감 같은 것이리라.
그나마 이 소설은 글로벌하다. 굳이 북구의 이야기에 집중하려 하지 않는다. 머 이름이야 작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스타벅스가 등장하지는 않아도 굳이 영미권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아는체하지 않는 작가의 담담함은 맘에 들지만 굳이 파워북이나 애플의 이미지를 그렇게 억지로 채워넣을 필요까지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도대체 잡스와 애플의 이미지는 머길래 그렇게 닳고 닳도록 써먹는지 ...
소설에 집중해보자.
기자가 주인공이고. 자료 조사하는 한 아가씨의 이야기가 맞물려 흘러가지만 머 그다지 새로운 구성은 아니다. 그냥 다른 곳에서 결국 만나게 될 사람들이란 설정인데 이들이 1권의 마지막에 가서야 만난다. 좀.. 질질 끈 느낌이다.
그렇다고 앞 부분에 그다지 임팩트 있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길다. 지루하고.
이후 사건의 의뢰가 이루어지고 그 둘은 만나게 되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전체 1, 2권 합쳐서 800페이지(이북 기준)정도 되는 양중에 약 200페이지 안에 모두 해결된다.
그만큼 호흡이 짧아지고 스피디해진다는 것이지만 그럼 나머지 600페이지는 머란 말이냐.
그리고 주인공은 40대 남성.
이 남자의 페로몬은 꽤 강력하다.
만나는 모든 여자와 섹스한다.
일본은 연예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느낌이다.
모든 여자가 이 남자에게 껄떡대고 남자는 그냥 쿨하게 그 여자들과 섹스를 한다.
자기 또래 여자 하나, 열살 이상 연상 여자, 열살이상 연하 여자.
그리고 그 섹스가 극 전개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만나서 땡기면 하는거다.
머 이런 장르와 이런 전개는 너무나 익히 알고 있는 세계에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인간의 근원적인 악마의 삼지창은 악당의 변태성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천사의 자애로운 섹스는 주인공의 댄디한 섹스로 나타나는 것이다.
섹스는 그렇게 내 섹스와 남의 섹스가 다른 것이다.
문득 이북으로 이 책을 샀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진다.
첫째는 책으로 샀으면 분명히 3부작 모두 주문했을 거다.
워낙 빠르게 결제하고 볼수 있으니 한 권 한권 사게 되었다.
1부의 2권이야 끝을 보려고 샀지만 2,3부를 안사게 되는 것은 순전히 이북으로 결제한 덕이다.
두번째는 아마 다빈치 코드 옆에 꽂혀서 나의 굴욕적인 독서 경험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마 그 책을 볼때마다 성적 매력이 철철 넘치는 40대 아저씨의 여성 편력기에 대한 내용으로 기억날 것이다.
세번째는 만 몇천원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제 영화를 봐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데이빗핀처의 영화는 언제나 적당한 재미와 적당한 이미지를 전달해준다.
난 핀처의 영화를 열광하지는 않지만 거의 다 봤다.
리들리스콧보단 핀처가 차라리 보기 편하다.
다만 북구의 스산한 때깔을 핀처가 너무나 잘 살려냈을 거란 확신에 찬 생각으로 그 영화를 봐야 겠단 생각정도가 든다.
책 읽는 내내 Ketil Bjornstad와 Arve Henriksen의 음악만 들었다. 북구의 느낌에 흠뻑 젖고 싶어서.
딱히 조합이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알라딘의 아이패드 앱은 이북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는 글꼴과 배경. 보는 내내 눈이 아프고 글자가 날라다닌다.
도서앱으로 출판된 많은 이북들을 그래도 깔끔한 글꼴과 오래 봐도 그다지 눈이 아프지 않는 배려가 있는데 아주 좋지 못하다.
리디북스의 앱들이 훨씬 완성도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
책을 읽으면서 가장 귀찮지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각주.
이북만큼 각주를 처리하기 좋은 방법이 또 있을까. 필요한 부분에 클릭한번으로 주석이 뿅하고 튀어나면 될 것을...
책갈피 버그도 많은 알라딘 앱은 그런 친절은 절대 베풀지 않는다.
그저 오직. 탐색 슬라이드를 쭉 밀어서 주석을 확인하고 다시 읽던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진짜.... 책갈피라도 잘 작동되었더라면 난 덜 억울 했을 거다.
이렇듯 책과 알리딘 앱. 모두 실망하고
영화도 선택해야 한다. 핀처의 밀레니엄이냐 스웨덴판 밀레니엄이냐.
아마 역시 귀찮아서 동네 영화관으로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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