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개 - 우나무노

안개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겔 데 우나무노 (민음사, 2005년)
상세보기


고전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쫘~악 빠져드는 재미는 아닐지라도 그래도 한 두페이지에 깊은 사색에 잠길 만한 소스가 있거나 혹은 거대한 드라마의 완성에 감동할 때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고, 익숙하지 않은 문체와 자질구레한 묘사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믿음도 분명히 필요하다.
이 작가의 글을 이전에 읽은 경험이 있거나 혹은 많은 것을 공감하는 친구의 추천이라든가, 믿을만한 평론가의 기가 막힌 서평도 그런 믿음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된다.

우나무노의 "안개"는 솔직히 독자서평만 보고 샀다.
나의 무식의 짙은 향기에 난 "우나무노"도 일본사람이라 생각했고, "안개"는 현실의 모호함에 대한 그런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지레 짐작했다.
그러나 독자 서평에 있는 꾸준하고 은근한 칭찬의 글들. 난 그들을 너무 쉽게 믿어 버렸다.

머리를 엉망으로 깎은 것을 놀리는 친구들에게 그 미장원에 가슴이 크고 섹시한 언니가 머리를 감겨준다는 그런 거짓말로 소심한 복수를 하는 것과 같은 심리였을까.

비슷한 시기에 나온 책들중에 좋은 책들이 무지하게 많다는 것을 새삼 언급할 필요 없이
이 책을 살 맘이 있는 사람들에게 진짜 일본 작가 "소세키"를 권하리다.

그가 더 훌륭하다. (-.-)

다만 매트릭스 2편의 패러디가 갑자기 등장해서 당황하기도 하고, 그래서 책장을 다시 돌려서 한참 읽고 나서야 "아~"하고 이해했지만 .. 머 주인공이 작가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가 요즘 한참 많은 시절이니 그렇다고 해도
100년전의 사고 방식에선 나름 획기적일 수도 .

전철에서 읽을 만한 경쾌하고 가벼운 소설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고전 읽기가 두려운 이들에게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접근할 만한 책이고, 그 내용이나 생각이나 담겨있는 작가의 의도도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읽을 만 했다.

이렇게라도 써놓지 않으면 내가 읽었다는 생각조차 안날거 같아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1권력 - 나에게 특혜를 줘라. 1부  (4) 2010.04.12
이런 사랑 - 이언 매큐언  (0) 2010.04.07
석유종말시계  (0) 2010.04.05
과식의 종말 -식탐을 죄악시 여겨라  (0) 2010.03.19
책의 가격  (0) 201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