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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하지만 그렇게 되었다.
나에게 There Will Be Blood란 영화의 의미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아니라 오직 폴 토마스 앤더슨이다.
폴 토마스 앤더슨만큼 근래 나에게 사랑 받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첨 봤을 땐 역시 당혹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
영화 10분동안 대사 한마디 나오지 않는다. 마치 미국의 역사의 처음 10분이 보잘 것 없었던 것 처럼.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는 피로 얼룩진다. 탐욕과 오만의 피로 가득 덮는다. 마치 미국의 최근 역사가 그러하듯이.
제 1권력의 록펠러의 성장과정이 언급되는 시간에 이 영화의 초반부 10분이 책장에 오버랩된다.
물론 록펠러의 '스탠다드오일'도 이 영화에 언급되며, 록펠러는 절대 성공의 신화가 되어버리고 (어처구니 없이 십일조의 신화도 되어버리기도 하는) 성공 신화의 밑거름이 되는 수많은 병합되어 버린 작은 석유회사들의 이야기.
바로 그 이야기가 이 영화의 이야기다.
단순히 그 이야기면 이 영화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좋은 영화도 아닐 거다.
제 1권력이 언급하지 않은 내용, 제 1권력에 기생해서 호의호식하고 백성을 몽매하게 이끄는 한 집단주의를 석유광의 이야기와 대척시킨다.
과대망상적 집단주의 . 기독교의 다른 설명이다.
마이클 무어의 "자본주의"란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편했던 것은 매우 고전적인 방법으로 (최소한 마이클무어 자신의 로져와 나와 같은 영화와 같은 패턴으로만) 이 문제를 파고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며 결국은 어떤 구체적인 이슈나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기 보다는 그저 막연하게 "자본주의가 불편하지 않은가?" 란 생각으로 귀결되게끔 된다.
자본주의=인본주의란 등식을 깨는 것도 하나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좀 약하다.
자본주의=선=하나님=자연스러운=인본주의=시장경제=참 이라는 용가리 통뼈같은 공식을 깨뜨리는 것이 아무래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첫번째 길이 될 것이다. 그가 이런 부분을 언급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There will be blood같은 영화가 만들어졌겠지만서도.
제 1권력에서는 모건-록펠러가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그 수많은 전쟁과 갈등과 유혈의 문제들을 비 인간적이고 비양심적이라고 비난하는 투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을 비난할 수 없다면 그들의 독과점체제에 대해서도 비난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기심"이란 자본주의의 모태신앙을 깨뜨리는 일이 어쩌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이기심을 깨뜨리기 위해서 이 세상에 등장한 "예수 그리스도"(물론 그의 정확한 의도는 분명치 않지만, 존재도 분명치 않지만) 는 이미 오래전에 권력과 편 먹어버렸다.
청교도의 시작부터 좀 구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교회의 모토는 "양심"일 것이다. 나누는 것이며 베푸는 것이고, 나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 기독교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교회는 일찌감치 자본과 손잡고 미국의 정신을 만들어낸다.
미국의 머슬이 될 석유와 미국의 하트가 될 기독교가 단란하게 만나 미국을 규정하고 미국의 멘토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도대체 록펠러가 그렇게 신봉했다는 십일조도 이해가되지 않지만. 교회는 왜 10%의 부가세를 걷어가서 축적하려는 이유가 멀까. 그리고 자신들의 세금을 아까워하는 이유는 멀까.
마이클 무어도, 히로세도 결국은 "이기심"이 "탐욕"으로 가는 그 골드루트까지는 접근할 수 없는 것인지.
이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이 하도 많아서 이 영화도 다시 보게 되었다.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뒤집게 강요하는 책이라 이렇게 정리되지 못한 산만한 글이 나오나보다.
아직 이 책의 이야기는 많이 남았다.
언제나 무거운 연기만을 고집하는.
영화의 중심에 서지 않으면 분통터지는 그와 같은 배우를.
다시 볼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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