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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저스 - 엔드게임 : 히어로의 은퇴준비

 

 

어벤저스 : 엔드게임 (2019) 앤서니 루소, 조 루소

어떤 거대한 서사에 대해 일말의 사전 지식이 없다면 그 서사는 결코 공감할 수 없다. 

MCU라는 거대하고 장대하다고 "여겨지는" 서사구조에 대해 처음부터 공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이들에게 어벤저스는 우스운 아이들 장난 같은 느낌으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당연하게 

 그것이 어떤 사회적 현상이 될 때 기존의 관심 없다고 "여겼던" 사람들에게는 어떤 부담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만 안보는게 아닌가....

 

 "명량"을 보며 감동하는 사람들의 물결에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불안감이 갑자기 엄습한다. 

 어벤저스라는 하나의 현상에 나도 어떤 단어라도 달아놔야 한다는 그런 불안감. 

 그 물결에 그래도 어느정도는 얻어타야 하는 것이 아닌지. 

 

 미션 임파서블을 보면서 왜 미국 공무원은 저리도 열심히 일하는 것일까.. 왜 저 공무원과 저 부서 직원들만 그리도 동료애와 애국심이 쩌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한적이 있다. 

 그는 영웅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혹은 spotlight complex 가 있는 건지 애매한 구간의 정신상태를 신기해하면서 보기는 한다. 

 

 특히 어벤저스의 캡틴 아메리카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은 피곤하기 이를데 없다. 고지식하고 애국심과 영웅, 그리고 책임감에 대해서 과도하게 집착하는 그에게 어떤 동질감이라든가 영웅에 대한 고결함을 느끼기는 조금 힘들다.

저런 친구들이 늙어서 보통 애국보수가 되던데.....

 과도한 국가주의와 그에게만 주어졌다 "여기는" 소명의식에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는 그는 언제나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마련이고, 그것을 선이고 옳음이라 강요하는 사람이 될 것만 같고, 그가 아이를 키울때 도대체 어떤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자라게 될지 고민스럽기 그지 없다. 

 

 그리고 어벤저스의 면면도 보통 그러하다. 

 테크 부르조아의 취미 생활, 전직 스파이와 스나이퍼, 무모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 태어날부터 인체실험을 강요당한 아이들, 왕자의 난을 험하게 겪은 몸좋은 한량, 신의 불장난으로 태어난 아이, 그리고 너구리인지 랙쿤인지... 정체성이 불분명한 동물 등등.

 무언가 합리적인 판단에 대한 논의보다는 얼굴이 적이라고 쓰여진 친구를 그냥 적으로 간주하고 때려잡는 이해할 수 없는 동맹.

 

 그리고 그들의 그런 행위에 대한 막연한 피곤함. 

 그래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행위에 대한 댓가를 얻기 위해 굳이 실존한다고 "여겨지나" 실존하지 않는 평행우주까지 돌아다니면서 그들의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들이 적이라 여긴 인상 더럽지만 또 역시 피곤함이 찌들어 있는 빌런. 

강력한 힘을 얻기 위한 욕망, 그러나 스스로 그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이상한 빌런. 

 지금까지 본 악당중에 이렇게 욕망이 철저하게 감춰져 있는 악당은 아직 못본 것 같다. 

 과도한 인간 개체를 줄이기 위한 후기 산업사회의 또하나의 인류 보완 계획을 수립한, 조금은 급진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수립한 악당.

그는 자신이 얻고자하는 것을 이룩하고는 

안빈낙도. 

자연인으로 돌아가 자신의 욕망을 적절히 조화롭게 살고 있는 빌런이 등장한다. 

 

 언제나 타노스는 피곤한 얼굴이다. 

 언제나 힘들어하며 자신의 맡은바 소명에 대해서 마무리하고는 편안한 여생을 즐기기 위해 시골로 들어가지만

 그래도 지은죄가 있어서 제명에는 못산다.

 그 정도의 죄값이야 치르는게 영화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가장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여겨진다. 

 

 사실 드래곤볼 레이더가 있어서 스톤의 행방을 타노스가 다 알고 있지 못한 것과 같이 

 이미 지구에서 입수한 스톤들을 가지고 우주공간에 던져놔도 타노스는 스톤 5개를 모두 장갑에 장착하는 일조차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 

 그걸 굳이 가져다 주면서 타노스의 과업을 달성하게 도와준 어벤저스가 타노스에게 하는 행동은 좀 과한 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이토록 욕망이 없는 빌런을, 가장 과한 욕망 덩어리들인 어벤저스들이 당당하고 권선징악으로 무찌르는 것을 영화는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보여준다. 그들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며, 과한 욕망에 대한 휴우증으로 고생하는지를....

 

 

모든 고난의 여정의 마지막은 자신의 속박과 의무를 벗어난 편안한 은퇴생활이겠지. 빌런이든, 히어로든.

 

 마지막 핑거스냅

 이 후 게임이 끝난 것을 알고 난 후 

 타노스는 조용이 앉아서 자신의 고단한 여정의 마무리를 순순하게 받아들인다. 

 

 RIP 타노스. 

 

 그리고 블랙위도우는 자신의 희생이 과업의 달성이라는 믿음과는 별개의 느낌으로, 그냥 그 여자도 좀 쉬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다. 

 

 어벤저스 엔드게임. 

 은퇴를 위한 당연한 논리와 수순을 제공하듯이 

 그들의 고단한 노고..라 "여겨지는"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은퇴가 가치있는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 

 

 다만, 난

 "그들에게서 구해진 지구에서 산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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