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 김홍신

아무요 2013. 4. 7. 05:18




초한지.


김홍신의 그 것 으로 읽다. 


사마천의 '사기'를 읽지 않은 사람에게 초한지를 소설로서 평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작자가 어떤 의미로 이야기를 풀어가는지 

원래의 텍스트를 모르는 이상 

이 소설이 잘 쓰여졌는지 혹은 망작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전에 어떤 이는 대하소설 등 여러권으로 나온 책을 한 권 한권 사서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만족감으로 자신의 지적 허영을 충족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E-Book이란게 나온 후에는 그런 허영을 부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저 오직 아이패드의 해당 서점의 앱에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뿐이다. 

누가 그걸 굳이 열어보지 않는 이상 

난 나의 지적 보물을 자랑도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다행인 것은.

초한지를 읽었다고 누가 나를 유식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란거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이들이게도 그렇고 

이 책을 읽은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욕망의 전쟁터. 

대의 명분이나 시대 정신 따위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오직 욕망, 권력의 욕망을 위한 전쟁터일뿐인 

초,한의 싸움은 그다지 격조 높은 전술이나 

삼국지연의에서 겹겹이 쌓아올리는 "협", "대의"등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된다. 


마흔이 넘은 평민의 '유방'과 

갓 스무살의 귀족 자제인 '항우'의 싸움은 

큰 틀에서의 구도는 매우 흥미롭기는 하다. 

천하의 장사인 '항우'와 싸움도 지략도 없는 '유방'의 전쟁에 승자가 

결국 약자에게 돌아간다는 아이러니를 빼면 이 이야기의 재미를 찾기는 참 어렵다. 


그리고 다른 변변한 소품과 같은 드라마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한지는 매우 중요한 이야기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주위의 참모를 잘 둬야 한다.

인, 예로서 사람을 대해야 한다. 

그리고 토사구팽해라. 


사람을 잘 쓰고 

사람을 좋은 타이밍에 버려야 

후세 만만세 권력을 누릴 수 있다. 


2000년이 훌쩍 지나버린 옛날의 이야기지만

결국 사람 사는 건 똑같다.

사람의 지식은 나름 축적되어 왔지만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연구는 절대 세대를 초월해서 전해지지 않는다. 


지식은 이전 것을 가져다 '학습'이 가능하지만

마음과 욕망은 자신의 육체와 이기심에 기인하고 있기에 

그것을 전달해줄 매체가 없다. 


내 욕정을 글로 전달하려 한들. 

백번 읽는것보다 한번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한데 

어찌 그것이 배움으로서 알겠는가.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라 부처가 일갈해도 

모든 승려들은 자신이 경험해보기전엔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이..


욕망의 전쟁이었던 초, 한의 전쟁은 

결국 모든 세대를 거치면서도 하나의 경전이 되어버리고 만다. 

자신의 권력과 욕망에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적절한 지침이 되기도 한다. 


초반에 김홍신의 소설로서 초한지의 평가를 운운한 이유는

아무래도 이 시나리오의 매력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소설에서는 언급되거나 서술되지 않은 내용들이 참 궁금하다. 

아니 도대체 '한신'은 전쟁의 천재인 주제에 

어찌 그리 사람의 맘을 모를 수 있는지. 

자신이 입신할 때 사람의 맘을 운용하는 기술을 가진 이가. 

적장의 두려움을 알아 이용할 줄 아는 이가.

어찌 그리 그 어리석은 유방의 생각을 읽지 못하는지 그게 시종일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장자방도 마찬가지...

항우의 본진에서 항우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언변을 가진 이가

왜 항우의 참모가 되어 손쉽게 통일을 하거나 

적절한 권위를 이용해 훌륭한 나라를 건설하지 않았는가..하는 점이다. 


한신과 장량의 바보같은 면을 설명할만한 근거가 나오지 않아 

아주 아쉽기만 하다. 

즉, 유방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수행하며 사람을 쓰고 버리는 반면에 

왜 다른 훌륭한 참모들은 그토록 자신의 욕망과 권력욕을 절제하기만 했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그 곳에 이야기의 참맛이 있을 법한데...

소설에 언급되는 이유는 그저 

'천운', '대세', '용의 관상' 머 이런 것들이다. 


주군이 그럴줄 몰랐다....


라기 보다는 


난 한신과 장량이 그토록 어리석을지 몰랐다...정도로 정리하고 싶다. 


머.. 당시에 내가 태어났다면 딱 반역하기 좋은 사고 방식이라 인정하고. 


덕분에 '사기'를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