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평전

아무요 2012. 1. 30. 02:54

좀처럼 평전을 잘 읽지 않는다. 
평전이라고 하는 것이 보통 한 개인에 대한 다른 개인의 시선이 보여지는 것인데

평하는 개인에 대한 신뢰감도 그러하거니와 한 사람의 인생이 신격화 되고 위인화 되는 것이 그다지 썩 내키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의 부름에 충실하고 그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밟아가는 법이다.

그러나 보통 평전은 그런 욕망의 조명이라기 보다는 명분과 대의의 방향으로 바라보는게 보통이고 또 그것에 구체적인 교훈을 장치처럼 장식해놓기 마련이라서 개인의 삶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인미답...(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그리고 평전의 주인공조차 가보지 못한)의 그런 아름다운 신세계와 이데아를 그리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그렇지 않다면 누가 평전따위를 읽어보겠는가.

스티브 잡스는 1980년대에 세계를 한번 번쩍 들었다올렸고 2010년에 다시 한 번 세계를 번쩍 들어 올린다.

둘 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조합으로 말이다.

다른 제품이지만 결국은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세계를 두번이나 공략해서 두 번 다 성공한 사람이다.

나폴레옹 정도가 그렇게 했을까...

차이가 있다면 나폴레옹의 두번째 성공은 잡스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

여하튼 2010년의 잡스는 그 누구보다 빛나는 한 사람이 되었다. 냉전시대가 마무리되고 그다지 큰 영웅이 등장하지 않은 시대에 잡스만큼 많은 이야기와 많은 사랑과 존경과 미움을 동시에 받은 사람이 또 누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가 죽고 난 후의 그의 이야기를 집대성하는 것도 필요했을 것이고, 또한 잡스 본인도 제대로된 이야기를 남겨두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잡스의 평전.

유비 울듯하는 잡스, 언제나 자신의 독선과 독단으로 일을 처리하고 그에 걸맞는 성공을 가져오는 사람.

실패할 때도 있지만 그는 언제나 세련되고 편리하고 매력적인 것에 골몰했다. 그것이 어떤 디바이스로 표현되든, 어떤 서비스로 구체화되든 편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가장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도 괜찮다.

그것이 미래에 도움을 주는 그런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관계없다.

현재 가장 매력적이고 편리하고 의미 있다면 사람들은 지갑을 열 것이고 또 그것으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것이 회사와 자신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

또 한가지.

평전을 읽는 이유는 그 사람의 발전적인 생각과 선각자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밌는 건.

잡스의 생각은 다 안다.

그리고 누구나 잡스처럼 생각한다.

근데 왜 잡스처럼 성공하지 못하는 것인가.

편리하고 새로운 것. 매력적인 것을 만들어야 돈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솔직히 잡스도 몰랐을거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는지.

그냥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었고 그것이 사랑받게 하는 방법을 알았다는 것.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낸 세계...라고 착각하기 쉬울 정도로 애플이란 회사에서 만든 제품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실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은 수많은 앱개발자들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고

아이튠즈야 그가 그저 매장을 하나 만들어낸 것에 불과함에도 마치 그로 인해 파생된 모든 세계, 스마트폰, 모바일이란 모든 것이 그의 능력에 창조된 또 하나의 세계로 인식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포장술과 시대를 읽어내는 능력이 출중했던 것이리라.

바로 그 정도 되는 사람의 이야기가 실제로는 미디어와 소문에 의해서 조금 과대포장 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정말 그는 대단한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으로 그의 평전을 읽고자 했을것이나,

이 평전은 사실 좀 당황스러울 정도다.

말 그대로 그게 옳고 그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스티브 잡스의 본연에 모습을 보여주는데에만 주력한다. 그가 성공하고 실패하고, 그 성공과 실패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꼭 가져야 할 교훈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그는 그랬다."

시종일관 글을 쓴 전기 작가는 이러한 입장만 견지한다.

그로인해 읽는 이들은 스티브잡스가 과대포장 되어 있는 사람이었구나.. 독선적이고 매우 편협하며 성공을 위해서는 매우 가차없는 인물이며, 인격적으로도 많은 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이던가.

혁신, Think Different.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러한 것의 근간을 알고 싶지 않았을까. 마치 이 것을 알게 된다면 역시 모든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아닐지.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절대 천기 누설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가 그런 사람이어어.. 라고만 보여줄 뿐.

모처럼 좋은 평전을 읽은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글 뒤에 스티브 잡스는

모르겠다. 별로 좋은 친구는 아니었고 그다지 부럽지는 않지만.

난 그의 회사에서 만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랑한다.

이보다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