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최은진 - 다방의 푸른꿈
아무요
2010. 6. 19. 00:44
한국의 전통 가요는 보통 박춘석과 김희갑으로 정리되는 편이다.
그 둘의 족적이 대단하기도 했고
팍팍한 인생살이, 가슴 애잔하게 울리는 음악을
그들이 적절하게 공급하기도 했다.
그들이 활동하던 시기는 40년대 부터다.
그 전의 한국 가요는 누가 알랴만
가끔 당시를 보여주던 영화에서는 나오는 유성기 소리가
당시의 조선 가요에 대한 간질,간질스런 추억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난 잘 안다. ㅡ.ㅡ
풍류를 좋아하던 할아버지를 둔 탓에
김희갑, 박춘석 이전의 음악도 많이 들었다.
김.해.송 이란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는 걸
난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알았다.
물론 그게 전부다.
더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더 알고 싶지도 않았으며,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했다.
어릴적 할아버지가 아끼던 전축 4트랙 테잎에서 나오는 소리는
지금 이 소리와 매우 흡사하다.
물론 컨텐츠는 다른 것이었지만 음향적 수준은 비슷하다.
불행하게도 45rpm 레코드판 소리는 못들어봤다.
이 음악을 처음 듣는 순간
조부의 얼굴이 퍼뜩 떠올랐다.
나른한 오후 국한문혼용체의 구한말의 한글로 씌여진 구운몽을 읽으며
잠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함께 녹아 있는 그리운 소리.
개인적인 추억을 언급하는데만 이 음악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전체 앨범을 들으면서
딱 걸린 음악은 바로 이거다.
"머 이리 어렵지?"
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어렵고 난해한 곡이 당시에 통했을까?
란 생각이 들정도로 어려웠다.
음악을 잘못만든게 아닌가 싶지만 나무랄데 없이 훌륭하기만 하다.
전체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최은진이란 낯선 이름의 연극배우이자 가수의 능력치에 대해서는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이며
소리의 질감도 매우 훌륭하다.
이런 좋은 앨범이...
사료적 가치가 있는 앨범이 아니라
현재의 음악적 성취도라 쳐도
올해의 앨범감이다.
한국...
밉다가도 매력있는 문명을 가지고 있다.
고마운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