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군중심리 -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시키기.
아무요
2010. 4. 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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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은 저 책이 아니다.
다른 표지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2004년에 발간된 책의 정보가 다음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일단 내가 읽은 책이 완역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한 20년전 군중심리를 처음으로 읽었을 땐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그 의미가 어떻게 나에게 영향을 주는지도 잘 모른채 그냥 읽었다.
그리고 20년 정도가 흘러간 지금.
80년대 광장에 모이던 군중들은 모두 뿔뿔히 자신들의 가정으로 기어 들어가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TV란 무자비한 미디어 앞에 지긋지긋해질 무렵에는 PC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명을 몸소 맞이하며
광장의 시대, 집합의 시대가 끝났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인터넷은 사람들을 서서히 묶기 시작했다.
사람마다 다른 취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다양한 관심사들이 결론적으로는 "매스미디어"와 "획일적 주입식 교육"에 의해서인지 대략 몇 수십개의 취향으로 정리가 되었고 그 몇 수십개의 취향과 관심을 가진 이들이 각기 헤쳐모여서 새로운 그룹을 형성하게 되었다.
웃기는 일이지만 "아이러브스쿨"이나 다양한 형태의 (그래봐야 몇 수십개) 동호회를 탄생시킨 것은 가장 개인적인 미디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집단주의적 군중.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성격의 군중이 탄생하기 이르렀다.
붉은 악마의 군대들.
이런 시각들을 사회학자들이 보면서 얼마나 당혹스러워 했을까.
그러나 굳이 고전적 의미로 '군중'이란 것은 이제와서는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군중이란 의미가 '많이 모인 사람들'이란 의미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집약된 의지'라는 식으로 해석되면
인터넷이란 공간도 사실 막강한 '광장'이 될 수 있게 된다.
아무런 실체 없이 "의지"만이 가득한 그런 게시판들. 게시글들. 그 글들의 리플. 리플의 리플.
따라서 많은 마케터들은 인터넷 공간을 하나의 집약된 공간이라 판단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연구를 하게 되는데 이 구스타프 르 봉의 "군중심리"는 이젠 그런 연구의 일환이라 봐야 할 것이다.
정말이지 신기한 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고 프랑스 대혁명을 이룩해낸 "폭도"들의 모습과 인터넷 게시판에 존재하는 많은 anoyymouse들과의 유사점이라 해야 할지.
그러나 "폭도"들이 진정한 "시민"으로 변화되어 가는 변증법적인 고리를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
아마 의도적인 이유로 "폭도"에서 "시민"으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그런 힘들이 존재한다는 것.
인터넷을 "폭도"들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단정하려는 그런 음모. 그런 시도들을 많이 본다.
그러면 안되는 건데 말이지.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사람들이 바라는 붉은 악마의 광장은 아마 이런 모습으로 변화시키길 원하는 것이라 본다.
굳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래도 원하는 모습은 이것만은 아니겠지.
200년 전 책을 20년만에 다시 읽어보며 든 생각이래봐야
특별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