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ouse of Cards
아무요
2015. 5. 26. 07:26
Netflix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편이 컨텐츠의 배급 측면에서는 다른 Fox나 HBO와 같은 방송국보다는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 생각된다.
어차피 요즘 세상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 보겠다고 TV 앞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도 아니고. 언제든 자신이 보고 싶은 시간에 보면 되니까.
그래도 신기한건 컨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DVD 대여부터 시작한 업체가 이렇게 번듯한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한다는 것이 경이로울 지경이다. 어떻게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고, 급변하는 컨텐츠 시장에서 성장하다 못해 지배적 위치까지 갈 수 있는지가 더 신기하다.
이 드라마에 대한 극찬이야 많이 들어왔고, Kevin Spacey, David Fincher 등등의 이름만 들어도 이 드라마는 언젠가는 꼭 봐야 하리라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연휴를 맞이하여 그 드라마를 몰아서 보게 된다.
일단 첫번째 놀란 것은 화려한 감독진들...
Netflix가 이정도 힘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된 .. 그 화려한 감독 라인들..
익히 알려진 David Fincher를 차치하고서라도 Joel Schumacher의 뜬금없는 이름도 보이고 간만에 보이는 James Foley.
James Foley가 감독한 글렌게리 글렌로스에서 잭 레먼과 알파치노의 정말.. 기을 토하는 연기 틈바구니에서도 언제나 얍씰한 포지션을 꿋꿋하게 잃지 않아 기억에 남았던 케빈 스페이시의 얼굴을 처음 봤던 그 영화. 그런 James Foley의 이름이 연출진의 자막에 자주 올라간다.
그리고 슈마허만큼 뜬금없고 반가운 이름. Agnieszka Holland.. Total Eclipse 하나만으로도 이 누님의 이름은 잊지 못한다.
또 뜬금 없는 director Robin Wright ... Most Wanted Man의 검은 머리가 더 어울리는 배우인줄만 알았지만 이번엔 연출도 겸업하시는가보다.
사실 TV 시리즈 드라마의 감독이라고 해봐야 뾰족하게 도드라지게 감독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다 짜여진 각본 안에서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우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누가 감독을 했다고 해서 그 에피소드의 완성도가 눈에 띄게 올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시작할 때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면 솔직히... 드라마만 보고 좀.. 다른데..정도만 알아도 대단한거지. 이 에피는 누구의 스타일인것 같다..라고 알 도리가 있겠는가.
다만, 이정도 "끕"이 되는 감독들이 TV 드라마 연출에 동원되었다는 사실.
정치드라마의 교본이 되어버린 West Wing의 아류작이 아니겠는가 싶었지만 그래도 그 것보다는 더 깊숙하게 정치인을 보편적인 인간의 위치로 끌어내려 드라마를 구성한다. West Wing이 나쁘다고 말하기보다는 Aaron Sorkin이 짜증나는 것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West Wing에 나오는 캐릭터는 모두 개인의 사고와 감정을 모두 숨기고 항상 거대 담론, 국가와 정부, 국민이라는 이름을 대변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들로 나온다. 게다가 그들은 매우 낭만적이고 생각이 한없이 젊다.
내가 보고 싶은 건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개연성"을 보고 싶은건데 애런 소킨의 드라마는 언제나 "그래야만 마땅한 당위성"만을 이야기한다. 그것도 심하게 낭만적인. 게다가 합리적이고 공정하기까지 한..
정치인도 개인이고 욕망이 당위보다 앞서는 일이 다반사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가지고 자신의 이권을 위해서 일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권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을 이루기 위해 더 큰 권력을 탐한다.
이 것이 현실이고, 이 것이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실수를 은폐하고 자신의 탐욕을 공익을 위한 것이라 변색하여 선전하고 타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House of Cards는 그래도 West Wing보다는 현실에 다가섰다.
다만, 시즌 1 초반에 나타나는 번뜩임과 치밀한 시나리오는 시즌 1 후반부에 이르면서 이미 힘을 잃어버린다.
시즌 1 후반부부터는 이미 캐릭터에 이야기들이 끌려다니기 시작한다. 캐릭터를 위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초반 던져진 떡밥들은 회수해야 할 이유조차 사라져버리고 이야기는 둥둥 떠다닌다.
드라마 시리즈에 내가 좀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즌이 변하면 극을 다루는 패러다임도 조금 변해야 하는데 시즌 2부터는 아예 캐릭터에 묻어 간다.
시즌 1 초반에 보여준 인간과 권력, 자본주의에 대한 번뜩이는 풍자는 시즌1 후반부터는 자취를 감쳐버리는 안타까움.
초반에는 그리 정교한 사고와 처절한 토론을 통해 답을 찾아가던 주인공도 후반부부터는 그냥 쉽게 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정도 하면 되지..머...
그리고 연출도 좀 가벼워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House of Cards는 잘 만든 드라마다.
정치인이라는 . 혹은 대통령, 부통령, 당 대표, 원내총무.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허접하고 나약하며 자신의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인간들인지 잘 보여준다.
권력에 대한 고민들. 특히 국가 권력이 미장원 수다에도 끼지 못할 띨딸한 아줌마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국가 권력이란 시스템화 되어 있으나 그 시스템의 정점은 꺼져있어도 돌아가는 거다.
국민은 그저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를 궁금해하거나 그 대통령이 얼마나 띨띨한지를 알아봐야 사실 중요치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특히 남의 나라 집권자가 좋아하는 치즈따위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가 지배하게 되는 시스템에 대해서 잘 정리하고 감시하면 되는거지.
이 드라마는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 사람들에 대해서 그래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봐 놔야 할 드라마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사족으로.
레미 댄튼. 자본이 정부에 영향력을 어찌 미치는지, 결국 자본의 힘은 사람이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고 그 사람은 쉽게 묻어가면서 자본을 집단에 주입시키기 마련이다. 그런 캐릭터를 중심에 배치해놓은 것은 좋은 선택 인 것 같다.
프랜시스/ 클레어 언더우드. 극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중심축이 되어야 할 배역인데 그냥 무난하게 잘 하는 것 같다. 다만 케빈스페이시의 설교장면은 압권이었다.
더그 스탬퍼. west wing에서는 이 캐릭터가 주인공들이었는데 여긴 하수인으로만 그려지는데.. 현실적으로는 좀 더 대단한 사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미국의 수석비서관이 어떤지 안만나봐서 잘 모르지만 그래도 좀 아쉬운 맛은 있다.
시즌 2 에피 6까지 달리고 나머지는 아껴서 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