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활

아무요 2013. 9. 17. 08:42




말과 활 (2013)




터널을 들어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터널의 끝을 궁금해하는 기분을 내포하고 있기에 

그다지 나쁘지 않다. 


끝이 없는 터널을 들어가본적이 있는가?


어릴적 여우굴에 들어가며 

느끼는 공포는 끝이 없다는 것과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공포


자신의 삶에 비관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는

이 삶이 언젠가 좋아질 것이라는 헛되지만 얇팍한 믿음과 

그래도 그 끝은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사면서 작은 희망을 가졌다면

그래도 그 끝의 옷자락 끄트머리라도 보여주리라 생각했던 것이리라.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두가지 감정.

1. 좌파는 이렇게 공부해야 돼?

2. 어둡고 우울하다.




현재의 세계를 인식하는 그 잣대들이 

이처럼 참혹할 정도로 어둡고, 우울하고, 불신에 가득 쩔어 있던 시대가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아주 많이 힘겨워 한다. 


모든 이들에게 느껴지는 

냉소와 패배주의, 그리고 절망의 한숨들. 



기억해둬야 한다. 

잘 기억해서 모셔둬야 한다.

신주단지 모시듯, 비석에 새겨 넣듯,


2013년의 이 암담한 터널의 초입에 느끼는 절망을.


아마 이 책은 그런 것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희망이랑 성기를 거세당한 

이제는 낳을 수 있는 건 절망밖에 없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잘 기억하고 

새겨둬야 한다.


이런 시대도 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